Thursday, March 3, 2011

억울과 결백 사이.

학교 근처 흥해 M모 학원에서 영어강사 뛰면서 가장 억울하고 분통 터졌던 순간은, 식사할 시간을 15분으로 줄였을ㄹ 때에도, 일방적으로 월급삭감을 당했을 때에도, 교육에 대해 전혀 무리한 오해와 착각에 빠져있는 원장을 마음을 알아차렸을 때도 아니었다.

그 원장이 어느 학생의 불만과 주장을 듣고 찾아온 학부모를 적당한 선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학부모 앞에서 나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했을 때였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화만 샇여가는 상황에 나는 서서히 다른 일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결국 그러던 중 어느날 어이없는 요구를 하는 원장을 보고 마음속에 뭔가 "뚝" 떨어져버렸다. 수업이 끝난 후 아이들에게 인사하고, 원장을 찾아가 그만두겠다고 알렸다.

내가 도데체 왜 학원을 그만두려는지 죽어도 알아야겠다는 원장과 더이상의 대화는 덕이 되지 않을 것 같았지만, 신앙과 사회적 책임, 어디서 거지 겉옷에 기워붙인 것 같은 단어들로 계속하자,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심지어 토요일날 학원에 나왔더니 아무도 없고 나혼자 학생들 가르치던 것도, 매일 밤 저녁이라고 컵라면 하나 건내주는 것도, 그것도 나중에는 시켜먹을 시간도 주지 않은거. 교제도, 수업 내용도 전혀 없는 상황에서 시간표까지 나에게 맡긴점.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은 착한 아이도 있었고, 머리가 비교적 좋은 아이도 있었고, 반대로 정말 걱정되는 학생도, 심지어 "사회적 환경이 정말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배운것을 응용할 수 있거나 호기심에 찬 아이는 단한명도 없었다. 어쨌거나 나에게 주어진 학생들 앞에서 게으르거나 준비가 부족한 수업을 하고 싶지는 않았으니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던 시기였다. 턱없이 부족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잘하고 싶은 욕심의 크기와 반비례하는것 같다.

100%최선을 다했어도 누군가 "넌 노력이 부족해" 라고 지적했을 경우 마음의 동요가 전혀 없기란 정말 힘들다. 아니, 완벽한 인간만 가능할꺼라고 생각한다 (혹은 자만심에 100% 가득찼겠지) 나도 코피터지고 닝겔맞는 100% 최선이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스스로의 기준을 만족시켰고, 돈도 좀 벌었다. 하지만 원장이 나에게 더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자신의 짬뽕 이데올로기에 맞춤형 서비스를 요구했을 때에, 나는 부족함의 반성보다는 뱃속부터 뒤틀어지며 올라오는 역한 감정을 억지로 억지로 삼켜야 했다.

전혀 결백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진정 억울한 사람도 없다. 내가 모르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 혹은 나를 사랑하는 사람, 혹은 나와 어떤 인연이 있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었거나 마땅치 못한 말이나 행동을 했을 수도 있다. 아니. 분명히 그런 "억울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내가 모르는 나의 좁은 시야와 판단력에 상처받고 피해본 사람은 분명 많다. 결백과 억울이라는 상황은 전혀 낯선 사람과 나 사이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나니까 내가 아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그저 있을 것이고, 아마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많을 것이라는거...


한동안은 저 멀리서 지나가는 M학원 봉고차만 보면 복수하고 싶은 마음과, 누군가 그 학원에서 강사뛰고 고생할 생각하니 말리고 싶은 마음, 여러가지로 불편한 심경을 안고 다녔다. 거의 잊억가고 있었는데 요즈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몇 년 전 그 학원에서의 일들이 많이 떠오른다.

학교에서 인사드리거나 수업을 듣게 되는 교수님들을 보며 훌륭한 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결국 나 같은 사람들이고, 어떻게 보면 평생 공부만 하신 분들, 그리고 내 시험지에 대한 답안과는 다르게 막상 세상 돌아가는데 필요한 답은 모르고 계시는 듯한 (반가운) 교수님들도 계시다. 어쨋거나 중요한 것은 홍보성 슬로건에 목숨건 학교나 윗님들이 아닌 더 큰 목적을 바라보며 더 작은 학생들을 보살피는, 너무나 감사하고 죄송스럽게 느껴지는 분들이 계신 곳이다.

자신의 불완전함과 부족함을 잘 알지만, 더 큰 사랑을 가슴에 품고픈 그 분들은 이 역설적인 중도에서 무엇을 생각하실까?

No comments:

Post a Comment